본문 바로가기

Technology

직장이 사라진다? 고용 시장의 지각변동, ‘긱 이코노미’

스펙 올려서 ‘취뽀’? 이제는 옛말


“공부 열심히 해서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


어릴 때부터 참 많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학창 시절부터 열심히 공부했고, 밤잠을 줄이며 스펙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취업까지 이르는 길은 가시밭길입니다.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은 이미 사라져 버린 것이 현실입니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일하는 방식과 노동의 형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회사에 들어가서 일을 한다’는 구조가 꼭 당연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았던 시대가 훨씬 길었지요. 다시, 앞으로는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다가옵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일을 하고 돈을 벌게 될까요?

 



10년 후, 세계 인구의 절반은 프리랜서?


2019년, 영국의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10년 뒤 세계 인구의 절반이 프리랜서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앞으로 정규직 또는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비정규직 또는 프리랜서 형태의 노동이 점차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정규직 대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계약직, 프리랜서 등을 섭외해 단기간 일을 맡기는 경제 방식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부릅니다. 긱(Gig)이란 1920년대 미국 재즈클럽에서 단기로 고용한 연주자를 부르는 용어에서 유래한 말로, ‘일시적인 업무’를 뜻합니다.

 


긱 이코노미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긱 워커(Gig Worker)’라 부릅니다. 배민커넥트와 쿠팡이츠의 배달 파트너, 우버 드라이버, 크몽과 숨고의 전문가, 아이디어스의 자영업자 등이 긱 워커에 해당됩니다. 긱 워커들은 다양한 IT 플랫폼을 통해 단기 계약 형태로 일을 구합니다. 업종은 운전, 배달, 청소, 통번역, 디자인, 개발, 마케팅, 컨설팅, 세무, 변호 등으로 다양합니다.



공유 경제 플랫폼과 코로나19, 긱 이코노미를 만들다


고용 시장이 긱 이코노미로 재편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마트폰이 일상화되자 많은 사람들이 터치 한 번으로 배달, 차량 공유, 숙박 공유 서비스 등 공유 경제 플랫폼을 손쉽게 이용하게 됐습니다. 이는 상황에 따라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배달 수요가 점심과 저녁 등 특정 시간대에 집중된다면, 기업은 필요한 시간대에만 일을 해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전기 자전거, 공유 전동 킥보드와 같은 스마트 모빌리티 환경이 구축된 것도 한몫 했습니다. 공유 전동 킥보드를 타고 배달을 하는 긱 워커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전세계를 강타한 팬데믹 ‘코로나19’가 긱 이코노미를 가속화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자 비대면 소비가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식당과 마트를 방문하는 대신 음식 배달과 택배 주문 수요가 늘어나자, 이를 담당하는 긱 워커가 늘어났습니다. 코로나19로 본업이 무너지자, 음식 배달 및 택배 배송업에 뛰어들며 긱 워커가 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비대면 업무 환경에서 업무 효율과 유연한 근무시간이 강조되자, 전문성 있는 프리랜서들의 역할이 커지게 됐습니다.

 


긱 워커, 어떻게 일하고 돈 벌까?


긱 워커는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합니다. 일을 시키는 상사는 없지만 스스로 일감을 따와야 합니다. 정규직 사원들은 회사에서 월급을 받지만, 긱 워커는 자신이 제공한 노동력과 시간에 따라 그때 그때 비용을 받습니다.


다양한 IT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할 수도, 자신의 전문성을 홍보해 의뢰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소속된 직장이 없는 만큼 여러 회사의 프로젝트, 다양한 업종의 일을 처리하는 ‘N잡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최근 개인이 상황에 맞게 다른 사람으로 변신해 본캐, 부캐 등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멀티 페르소나의 개념이 긱 이코노미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개그맨이 본캐인 유재석 씨가 부캐로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약하며 자신의 영역을 확장한 것처럼, 긱 워커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긱 워커 또한 자신만의 전문성을 기르되, 여러 분야에서 어필할 역량을 갖추고 가능성을 넓히는 것이 필요합니다.

 


변화하는 고용 시장, 새롭게 논의해야 할 것은?


긱 이코노미는 경제와 고용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정년 보장이 어려운 요즘, 거스를 수 없는 고용 환경의 변화는 정부와 기업, 노동자 모두 염두해야 할 시대적 이슈입니다.
긱 이코노미의 장점은 노동 유연성입니다. 노동자는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일할 수 있습니다. 전업 주부와 은퇴자들도 노동 시장에 재진입하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주도적으로 업무를 하고, 개인의 능력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습니다.


반면, 부작용도 많습니다. 긱 워커들은 IT 플랫폼과 개인사업자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최저임금, 4대보험 등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호받을 수 없습니다. 퇴직금도 없습니다. IT 플랫폼 안에서 같은 일을 하는 긱 워커들과 일감을 두고 경쟁해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의 저자 새라 케슬러는 긱 이코노미로 인한 소득 불안정 문제, 사회 보험 등 복리후생의 부재 등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미국에서는 우버 드라이버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AB5법’을 시행했습니다. 

 

긱 이코노미 시대, 이제는 새롭게 노동 문제를 바라보고 사회 구성원들이 상생하는 방향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