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기의 속도와 성능을 모두 향상시켜주는 데다 두께까지 줄여주는 부품이 있습니다. 많은 수요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수급난을 겪고 있다고 하는데요. 반도체 패키지 기판 FC-BGA가 수급난의 주인공입니다.
명칭만 들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는 이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왜 글로벌 IT기업들의 환영을 받고 있을까요? 기존에 사용되던 패키지 기판과는 어떤 점이 다를까요? FC-BGA에 대해 알아봅니다.
‘반도체’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란 무엇일까?
FC-BGA는 ‘플립 칩 볼 그리드 어레이(Flip Chip Ball Grid Array)’의 약자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의 한 종류입니다. FC-BGA가 무엇인지 설명하기에 앞서, 반도체와 반도체 패키지 기판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반도체’라고 하면 흔히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칩을 생각하기 쉽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반도체는 전자부품이 아닌 물질을 의미합니다. 반도체는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통하지 않는 ‘절연체’의 중간적인 성질을 나타내는 물질인데요. 열, 빛, 전압 등 조건에 따라 전기가 통하기도, 통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성질을 활용해 전자기기에서는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고 디지털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기가 흐르면 1, 전기가 흐르지 않으면 0이라는 신호를 디지털 문법으로 변환하는 것이죠.
이러한 반도체 재료를 전자부품으로 만든 것이 반도체 소자이고, 수많은 반도체 소자를 연결해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도록 설계한 칩이 IC(Integrated Circuit, 집적회로)칩인데요. IC칩을 전자기기의 메인보드에 장착하기 위해서는 연결부나 방열 재료 등을 더하는 ‘패키징’ 작업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집적회로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고 전기 신호를 중재하는 기판이 바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이에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연결 방식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요. FC-BGA는 IC 칩을 뒤집어서 놓고(flip chip), 구 형태로 나란히 배열된(ball grid array) 부품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에 이러한 이름이 붙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FC-BGA, 어떤 점이 다를까?
과거에는 IC칩과 패키지 기판을 연결하기 위해 와이어 본딩 방식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와이어 본딩은 신호 전송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길이가 길어 저항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는데요. 전자기기가 발전하면서 반도체 소자들의 전송 속도가 높아지고, 발열도 증가하면서 기존 와이어 본딩 방식은 한계에 부딪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플립 칩 방식이 등장하게 되었죠.
플립 칩은 IC칩의 전극이 위로 드러나 있었던 와이어 본딩 방식과 달리, IC칩을 뒤집어 기판과 맞닿은 형태로 놓습니다. IC칩과 기판 사이에는 ‘범프’라는 작은 부품이 신호를 연결하는데요.
BGA는 솔더볼(Solder Ball)이라는 공 모양의 부품이 범프 역할을 합니다. 와이어에 비해 더 많은 연결고리를 마련할 수 있고, 칩과 기판 간의 거리를 줄여 신호 전송 속도는 빠르면서 손실은 적어지죠. 여러 개의 선을 꽂아야 하는 복잡한 구조를 간단하게 개선하여 제품 자체의 두께를 줄일 수 있다는 물리적인 이점도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FC-BGA와 유사한 제품인 FC-CSP와 비교해볼까요? FC-CSP는 칩과 기판의 크기가 비슷해 공간 활용이 중요한 모바일용 AP*나 가정용 칩의 패키징에 활용됩니다. FC-BGA는 칩보다 기판의 크기가 크며, 고성능을 요하는 인공지능(AI), PC, 서버, 클라우드, 전기차 등에 활용됩니다.
*AP : Application Processor
다른 반도체 패키지 기판보다 층을 높게 쌓을 수 있다는 것도 FC-BGA의 장점이에요. 반도체 패키지 기판은 층을 많이 쌓을수록 회로를 많이 확보할 수 있는데요. FC-CSP는 2층에서 16층을 쌓을 수 있는 반면 FC-BGA는 최대 20층까지 쌓아 올릴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복잡한 체계를 갖춘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FC-BGA가 필요하겠죠.
LG이노텍의 FC-BGA 시장 진출 계획
전자기기의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FC-BGA의 수요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자면 현재 자동차 한 대에는 시스템 반도체가 200개~300개 정도 장착된다고 하는데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한 대당 2,000개 이상이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반도체 패키지 기판도 그만큼 많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국 컨설팅업체 프리스마크는 FC-BGA 매출이 2026년까지 연평균 1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FC-BGA는 까다로운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이 10개 내외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품귀 현상으로 인한 공급난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LG이노텍은 일찍이 우수한 역량과 기술력으로 글로벌 기판소재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었어요. 그리고 2022년, 기존 기판소재 사업에서 보유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FC-BGA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RF-SiP*와 FC-CSP의 고다층화 및 미세 패턴 구현을 위한 기반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그 외에도 소재나 공법에서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하여 LG이노텍만의 FC-BGA를 구현합니다.
* RF-SiP : Radio Frequency- System in Package
FC-BGA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는 물론 미래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어요. 고객 니즈에 맞춰 통신ㆍPCㆍ서버 등 적용 분야별로 최적화된 소재 가공 기술, 미세 회로 기술 및 고품질 도금 기술, 시뮬레이션 기술 등이 대표적인 개발 내용입니다.
개발 및 제조 면에서 선행 제품을 출시할 수 있는 경쟁력도 갖추고 있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R&D 플랫폼과 AIㆍ데이터 기반의 가상 공정, 공정ㆍ물류 자동화가 그것입니다. 가상 설계 과정에서부터 발생 가능한 불량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하여 제조 시간을 단축하는 시스템이 있기에 더욱 완벽을 기할 수 있어요. 생산부터 보급까지, 제품을 안정적으로 선보여 고객 경험의 혁신을 이뤄낼 계획입니다.
얇고 조그만 부품이 끝없는 발전을 거듭하며 혁신을 이끄는 세상입니다. FC-BGA가 미래 IT 산업을 어떤 모습으로 바꿔 나갈지 궁금해지는데요. LG이노텍은 오늘도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 고성능 반도체 기판의 미래 기술 연구 및 선행 제품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