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봉제 폐지, 성과기준 임금인상 차등·인센티브제 도입
■ 평가 공정성 확보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
■ 발탁진급제 신설, 역량 향상 교육체계 강화
LG이노텍(대표 박종석)이 생산직 현장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기존 사무·기술직에 적용하고 있는 성과·역량 기반 인사제도를 확대 도입했다. 대기업 노조가 있는 국내기업으로 최초다.
LG이노텍은 모든 현장직의 ▲임금 ▲평가 ▲진급 ▲교육 체계를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새롭게 바꿨다고 밝혔다. 지난 2년여간 노동조합(위원장 김동의)과 면밀한 검토를 거쳐 세부 기준까지 최종 합의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편은 기존의 연공적인 호봉제 체제로는 변화된 제조 환경과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것에 회사측과 노조측이 인식을 같이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생산 현장은 공정이 전문화되고 제품 라이프 사이클이 단축 되고 있어 근속연수보다는 빠른 업무 적응력과 전문 직무 역량이 더 중요시되고 있다.
이에 양측은 근속연수가 아닌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질 때 지속적인 역량 향상과 동기부여가 가능하며, 이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기존 호봉제에서는 저성과자와 고성과자 간의 임금이나 인센티브에 대한 차별적 보상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노조와 회사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협상 초반, 성과와 역량 중심 인사제도 도입에 대한 양측의 생각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노조는 기존 인사제도를 유지하자는 입장이었으나, 회사측과 노조는 수십 차례의 토론과 세미나, 벤치마킹 등을 통해 입장 차이를 좁혀 나갔다. 현장직 인사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이 절실하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평가 공정성 등 노조의 우려에 대한 보완책을 함께 마련했다.
■ 호봉제 폐지, 성과기준 임금인상 차등•인센티브제 도입
LG이노텍이 현장직 임금에 연공서열 성격이 강한 호봉제를 폐지하고 기존 사무·기술직에 적용했던 성과급제를 확대 적용키로 함에 따라 현장직 사원에게도 근속연수가 아닌 성과와 역량에 따른 임금인상률이 차등 적용된다.
이와 함께 회사는 우수 성과자에게 기본 임금 외에 ‘성과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 혁신활동 우수자 및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직원에게는 ‘수시 인센티브’를 통해 성과 창출 즉시 보상한다. 팀워크가 중요한 현장 업무 특성을 고려해 상위 10% 우수 조직에게는 ‘우수 라인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예를 들어, 성과 우수자는 기본 인상률보다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 받고 추가적으로 각 기준에 부합할 경우 ‘성과 인센티브’, ‘수시 인센티브’, ‘우수 라인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연봉의 30%까지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
■ 평가 공정성 확보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
성과와 역량이 중요해지면서 이에 맞춰 인사평가도 달라졌다. 객관성 및 공정성 확보가 핵심이다.
LG이노텍은 평가에 대한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 현장 팀장과 임원이 참여하는 ‘공정평가위원회’를 운영한다. 직원의 생산성, 품질, 아이디어 제안 실적 등을 분석해 조직 목표 달성 기여도를 평가한다. 평가결과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이의신청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관계자는 “성과·역량 기반 인사제도는 공정한 평가가 선행될 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장 직원들이 창출하는 성과가 제대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한 것”이라고 말했다.
■ ‘발탁 진급제’ 신설, 역량 향상 교육체계 강화
LG이노텍은 현장직 사원이 업무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할 수 있는 ‘발탁 진급제’도 신설했다. 성과와 역량이 탁월한 직원은 빨리 성장시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회사는 성과·역량 기반 인사제도 도입에 발맞춰 직무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현장직 교육체계를 강화키로 했다. 기술·품질·공정교육과 어학·경력설계 등 자기계발 과정이 함께 운영되는 등 현장직 사원은 연간 최소 48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고도 성장기에 자리잡은 호봉제는 임금 변동성이 약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성과와 역량 중심 인사제도 도입은 직원의 업무역량 강화 및 생산성 향상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