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공인인증서 없는 한국인처럼 울었다.’
한때 웹상에서 ‘슬픔의 최상급 표현’으로 많은 공감을 샀던 문장입니다. 본인 인증을 목적으로 도입되었던 공인인증서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저장 위치 이외의 디바이스에서 사용할 경우 이동하는 작업을 추가로 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 점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본인 인증은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었기에 불편을 감수하면서 공인인증서를 써야 했죠.
하지만 2020년 말부터 공인인증서가 폐지된 이후 본인 인증은 한층 더 간편해졌습니다. 모바일 디바이스에 지문을 등록해놓기만 하면 화면에 손가락을 대는 것만으로 손쉽게 본인 인증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생체인식기술이 공인인증서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체인식기술의 모든 것을 알아봅니다.
내 손 안의 인증서, 생체인식기술
생체인식기술은 말 그대로 생체, 즉 몸의 독특한 특성을 개인정보로 활용하는 정보 보안 기술입니다. 사람은 각기 다른 지문이나 홍채 등의 생체정보를 가지고 태어나는데요. 이를 미리 개인정보로 등록한 후 본인 인증이 필요한 서비스에 자유롭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금융 앱에 로그인할 때, 혹은 스마트폰에 저장해놓은 ID와 비밀번호를 불러오기 위해 지문 인식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생체인식기술의 활성화에 힘입어 최근 애플을 필두로 빠른 신원 확인을 위한 온라인 연합(FIDO*)이 비밀번호를 없앤 로그인 기능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FIDO에는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글로벌 IT기업 250여 곳이 참여하고 있죠.
*FIDO : Fast IDentity Online Alliance
비밀번호를 대체하고 있는 생체인식기술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마켓앤드마켓의 조사 결과, 생체인식 시장 규모는 366억달러(2020년)에서 686억달러(2025년)까지 성장할 전망이라고 해요.
생체정보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우선 여러분에게 익숙한 것은 지문과 홍채 인식일 텐데요. 망막, 정맥 패턴, 손 모양, 입 모양, 목소리의 특징, 날숨 등을 생체정보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얼굴 모양과 열상(상처)를 정보로 활용하는 안면 인식도 있고요. 걸음걸이나 필적을 활용하는 행동 인식 기술도 있습니다. 신체적 특징과 행동적 특징을 복합적으로 활용하는 다중 생체 인식(Multi-Modal)도 있죠.
생체정보는 크게 원본정보와 특징정보로 나뉘는데요. 원본정보는 개인을 인증 또는 식별하기 위해 수집하거나 입력한 정보예요. 특징정보는 기술적 수단으로 원본정보의 특징을 추출하여 생성한 정보입니다. 특징정보는 민감정보라고도 하는데요.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제18조 제3호에는 민감정보를 ‘개인의 신체적, 생리적, 행동적 특징에 관한 정보로서 특정 개인을 알아볼 목적으로 일정한 기술적 수단을 통해 생성한 정보’로 규정짓고 있습니다. 참고로 민감정보에는 개인의 사상이나 신념, 노동조합 또는 정당의 가입ㆍ탈퇴 내역, 정치적 견해, 건강 및 유전자 정보, 범죄경력자료, 인종 또는 민족에 관한 정보 등도 포함하고 있어요.
생체정보인식 덕분에 우리는 비대면으로 간단하게 금융거래와 온라인 신원 확인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항에서도 바이오 인식을 통해 신분증 없이도 신속한 출입국이 가능하여 출입국 심사 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죠. 일부 공공기관과 기업에서는 얼굴 인식을 도입하여 출입관리를 하고 있답니다.
생체인식기술, 과연 편리하기만 할까?
생체인식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OTP카드 등의 인증 수단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편리하다는 것입니다. 비밀번호처럼 잊어버릴 우려도 없어 보안성 또한 높죠.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데다 다른 사람과 중복되지 않는 고유의 정보인 만큼 신뢰성도 높아요.
지문인식은 비용이 저렴하여 많은 곳에서 활용하고 있고요. 홍채는 생후 18개월 이후로 평생 변하지 않습니다. 감염병으로 인한 타인과의 신체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시기에 정맥을 활용한 인증은 기기와 접촉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죠. 이처럼 생체인식기술은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각각의 장점을 갖추고 있습니다.
안면 인식은 본인 인증 외에 범죄자를 검거할 때도 활용됩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생체인식정보를 활용한 신원확인시스템(NGI)를 통해 용의자와 일반인의 신분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고요. 영국에서는 걸음걸이로 범인을 가려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국과수가 개발한 안면 인식 시스템을 통해 대형 참사 시 미수습자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범인을 검거하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위조여권이나 가짜 사진을 효과적으로 식별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해요.
*FBI :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하지만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정보이다 보니 보안 정보를 변경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복제하기도 쉽기 때문에 도용이 발생한다면 복구할 방법이 없죠. 실제로 인공 지문, 캡처한 얼굴이나 홍채, 녹음한 음성 등을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 적도 있습니다.
나아가 인권위원회에서는 생체인식기술이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살아있는 한 평생 사라지지 않는 데다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도 없는 생체정보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축적된 정보가 부당하게 활용되거나 불특정 다수를 대량 감시하는 데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생체인식기술, 믿고 써도 될까?
생체정보의 위조와 변조를 막기 위한 기술은 현재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신체의 모양 외에도 온도와 맥박을 감지하거나 피부에 흐르는 전기 저항을 측정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여 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고요. 위·변조를 탐지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판가름하기도 합니다. 생체정보 외에 지식이나 소유 기반의 인증 수단을 추가로 적용하는 다중인증(MFA : Multi-Factor Authentication) 방식도 있습니다.
생체인식의 보안성을 높이는 대안으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블록체인은 사슬처럼 얽힌 정보를 검증하는 행위를 거치기에 위·변조의 위험이 적죠. 수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 또한 수월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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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에는 손가락의 뼈와 근육, 지방, 혈관, 혈액, 체액 등 해부학적 특성을 반영하여 종합적인 인증을 이끌어내는 생체인식 기술이 개발되었습니다. 인식률이 떨어지거나 도용될 위험이 있는 지문이나 홍채 인식에 비해 더욱 안전한 인증이 가능한 기술이죠.
생체인식기술은 본인 인증 이외에 다른 방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사람 이외에도 소나 개의 코 무늬(비문)을 수집하여 이력을 조회하는 AI 비문 검색 기술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고요. 얼굴 혈류를 통해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의 정보를 수집하여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비접촉 생체인식 키오스크도 개발되었습니다.
청각장애로 소통에 불편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된 생체인식기술도 있습니다. 침묵형 음성인식 시스템은 말소리 없이 입모양만으로도 언어 소통이 가능한 기술인데요. 말할 때 얼굴의 움직임을 촬영한 후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표준 결과값을 도출하는 방법으로도 구현이 가능하지만, 최근에 개발된 침묵형 음성인식 시스템은 말할 때 피부가 늘어나는 정도에 따라 변화하는 저항값을 통해 인식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LG이노텍은 어떤 생체인식기술을 보유하고 있을까?
LG이노텍에서도 생체인식기술을 활용한 최첨단 부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3D 센싱용 ToF 모듈은 피사체까지 빛이 도달했다가 튕겨져 돌아오는 시간을 통해 사물의 입체감, 공간 정보, 움직임 등의 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이에요. 밝기와 굴곡에 따라 정확한 측정이 어려워지는 일반 카메라와는 달리 3D 센싱용 ToF 모듈은 어떤 환경에서든 부피와 거리를 측정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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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소형견 등 감지하기 힘든 작은 체구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차량 실내용 레이더모듈도 있습니다. LG이노텍이 개발한 차량 실내용 레이더모듈은 승객의 탑승 위치와 인원수, 생체 신호까지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음은 물론 차량 내부ㆍ주변의 수상한 움직임을 감지하여 운전자에게 알리는 기능도 탑재되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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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하고 다니지 않아도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니고 있는 생체정보. 신체의 생김새를 넘어 모방할 수 없는 해부학적 특성까지 도입되며 진정한 ‘고유식별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수준으로 진보하고 있는데요. 기술이 개발되는 속도만큼 윤리 문제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움직임도 필요하겠죠? 법안의 제정과 인식의 개선도 함께 진행되어, 모두가 마음 놓고 생체정보를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