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들고 다니는 대신 은행에 돈을 맡기고 카드 한 장으로 결제하는 편리한 시스템에서 한층 더 진일보한 화폐가 등장했습니다. 형태가 없는 ‘가상자산’이 바로 그것이죠. 한국 시장의 경제 규모는 작지만,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준입니다. 이에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가상자산은 큰돈을 부르는 새로운 투자 수단이 되었지만, 지난 5월에 벌어진 루나ㆍ테라 폭락 사태와 같이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는 등 여러 위험성을 안고 있습니다.
가상의 자산을 움직이는 블록체인. 과연 지속해도 괜찮은 기술일까요? 어떤 원리로 돌아가는 시스템이기에 세계 각국에서 도입하고 있을까요? 지금부터 블록체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드리겠습니다.
가상자산 시스템을 움직이는 블록체인
블록(block)은 거래 내역을, 체인(chain)은 사전적인 의미의 사슬을 의미합니다. 거래 내역이 사슬처럼 얽혀있다는 뜻이죠. 체인으로 얽혀있는 블록(거래 내역)은 검증이라는 행위를 거치는데, 여기서 검증이란 각 블록의 내용이 맞는지 서로 비교하는 행위를 말해요. 이렇게 사슬로 묶여 완성된 블록의 정보는 변경하거나 삭제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체인으로 얽인 블록들은 검증을 통해 위조나 변조를 방지할 수 있죠.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 저장되기 때문에 보관비용을 절감할 수 있음은 물론 도난ㆍ분실의 위험도 없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하지만 거래의 비밀성이 보장되어 마약 거래, 도박, 비자금 조성 등을 위한 돈세탁에 악용될 수 있고 탈세의 수단이 될 우려도 있습니다.
참고로 2019년부터 각국 정부나 국제기구에서는 화폐의 성격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가상화폐 대신 가상자산이라는 용어로 통일하고 있어요. 일반 화폐와 달리 처음 고안한 사람이 정한 규칙에 따라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은 활용 방식에 따라 퍼블릭과 프라이빗으로 분류됩니다. 퍼블릭 블록체인(Public Block Chain)은 참여자의 제한을 두지 않는 것에 반해 프라이빗 블록체인(Private Block Chain)은 제한된 참여자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주로 거래의 대상으로 사용됩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이 대표적인 퍼블릭 블록체인이죠. 거래 기록과 소유자 정보 등을 투명하게 조회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거래 이외에 다른 목적에도 활용할 수 있어요. 최근 논의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반의 백신 여권, 식품 공급 유통망을 추적하는 IBM사의 푸드 트러스트 등이 대표적인 활용 사례입니다. 복잡한 과정을 블록체인으로 대체할 수 있으며, 허가를 받은 참여자만 이용할 수 있어 익명성도 보장됩니다.
도난과 분실의 우려가 없어 가치저장* 수단으로도 기능하기에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게임, 예술품, 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자산인 NFT(Non-Fungible Token)로 토큰화하기도 합니다. 게임에서 얻은 재화나 아이템, 또는 이용자가 만든 게임 내 프로그램 등이 가상자산으로 활용되는 개념인 플레이 투 언(P2E: Play to Earn)도 블록체인의 예시입니다.
*가치저장 : 구매력이 미래로 이어지게 하는 화폐의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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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의 특징
블록체인은 분산원장기술(DLT: Distributed Ledger Technology)의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으로, 탈중앙화를 핵심 키워드로 두고 있습니다. 분산원장기술은 분산된 네트워크가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하고 동기화하는 기술을 말해요. 중앙서버를 두고 있는 중앙원장기술에 비해 투명성이 보장되는 것이죠. 중앙 집중형 방식은 중앙관리자가 용역을 제공하고 이를 사용하는 개인이 대가(수수료)를 지급하는데요. 분산원장기술 덕에 이체비용 등의 거래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블록체인의 장점입니다.
이처럼 금융을 탈중앙화한 것을 바로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라고 부릅니다. 중앙기관이나 중개기관들의 역할이 배제되고 개개인이 데이터를 소유하게 되는 것이죠. 서버나 플랫폼에 지장이 생겨도 개개인의 데이터는 사라지지 않기에 영속성이 보장되기도 합니다.
이 분산형 시스템에 참여하는 사람은 채굴자라고 합니다. 채굴의 사전적인 의미는 ‘땅속에 묻혀 있는 광물 따위를 캐냄’이라는 뜻인데요. 채굴자들은 블록체인 처리, 곧 채굴의 보상으로 코인 형태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채굴자들이 많아질수록 데이터의 위ㆍ변조가 불가능하게 되어 안전한 생태계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개개인이 정보를 보유하고 있어 위ㆍ변조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보안성이 보장됩니다. 앞서 체인으로 엮인 블록들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해드렸는데요. 대표적인 검증 방식이 검증자끼리 교차 검증을 하는 작업 증명(POW: Proof-of-Work)입니다. 일부 검증자가 위ㆍ변조 또는 해킹을 시도해도 다른 올바른 검증이 있다면 데이터가 그대로 보존되는 원리죠.
이러한 이점을 통해 딥페이크와 가짜뉴스도 방지할 수 있어요. 콘텐츠의 출처를 블록체인으로 기록하면 콘텐츠 변형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블록체인의 보안성 덕분입니다.
확장성이 높은 만큼 블록체인을 활용한 서비스는 점차 다양해지고 있어요. 주로 사용자의 정보를 인증하거나 상품 이력을 추적하는 서비스라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형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개의 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비문을 등록하여 실종 및 유기를 방지하는 서비스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사람의 지문이 각기 다른 것처럼 동물들은 코의 무늬가 각기 다른데요. 이것을 비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지문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하여 시작한 이 서비스는 내장형 칩으로 동물 등록을 하는 것보다 등록도, 관리도 편리하다고 하죠. 이처럼 블록체인은 다량의 정보를 관리하는 데에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웹3.0 시대의 블록체인
웹3.0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게 갈립니다. 인공지능(AI), 데이터, 블록체인 등,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는 “웹3.0은 실체가 없는 마케팅 용어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으며,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는 “웹3.0은 밴처캐피탈과 그들에게 돈을 대는 투자자들이 갖고 있을 것”이라며 웹3.0을 부정적으로 언급했죠.
하지만 웹3.0은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웹3.0은 필요한 정보만을 재편집하여 제공이 가능한 인공지능 웹으로, 탈중앙화와 개인화가 웹3.0의 핵심 가치인데요. 중앙 서버 이용자들의 권한이 줄어들고, 가짜뉴스 유포ㆍ명예훼손 등의 권리 침해 이슈가 발생하면서 훼손되지 않은 데이터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 또한 웹3.0의 등장하게 된 배경입니다. 이러한 불상사 또한 블록체인으로 방지할 수 있기에 더욱 블록체인의 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인터넷의 발전사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웹1.0은 인터넷 PC로 홈페이지 열람과 검색 등, 일방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웹이 정보 공유의 플랫폼으로 여겨지는 시대가 바로 웹2.0입니다. 일방적인 정보 열람에서 벗어나 누구든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것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뜻하죠. 스마트폰과 SNS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웹2.0 시대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차세대 인터넷 웹3.0은 이용자가 생각한 대로의 맞춤형 정보를 추려내야 하기에 지능화ㆍ개인화를 필수 조건으로 두고 있습니다. 가상화폐, NFT,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이 웹3.0 생태계를 형성하죠.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시장에 일찍이 관심을 가져온 크립토 네이티브*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크립토 네이티브 :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시장에 관심을 갖거나, NFT 기업을 설립 또는 투자하는 사람들
블록체인은 디지털 자산 소유권을 증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NFT를 구매하면 소유권과 구매자의 정보를 담은 인증서가 발행되는데요. 전문가들에게만 평가받던 기존 예술품과는 다르게 NFT 형태로 만들어진 예술품은 다수의 사용자들을 보유한 커뮤니티에서 실시간 평가를 받고,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에게 판매되기도 해요. 블록체인은 예술품을 소유하고 수집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줍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NFT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답니다. 기존 시스템에서는 게임 아이템을 구입해도 게임 아이템의 이용권을 구입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NFT 형태의 게임 아이템을 구입하게 되면 그 아이템의 소유권이 온전히 사용자에게 주어지는 것이죠.
블록체인 인프라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완화하기도 합니다. 플랫폼 기업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웹2.0의 일반적인 모습이라면, 웹3.0 시대에서는 개개인이 제공받고자 하는 서비스에 직접 본인의 신원 데이터를 보내는 형태이기 때문이에요. 이처럼 신원 데이터를 개인이 직접 관리한다면 불필요한 스팸문자나 광고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있겠죠.
금융을 비롯하여 공공 분야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되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공공기관에 행정서비스를 신청할 때 필요한 개인정보를 별도의 서류 발급 없이 행정기관이나 은행에 송부할 수 있답니다. 또, 올해 7월 말부터 발급을 시작한 모바일 신분증(운전면허증)은 플라스틱 운전면허증과 똑같은 효력을 갖고 있어 편리한 신원확인이 가능하죠. 웹3.0 시대는 이처럼 사용자가 자신의 신원정보를 관리ㆍ통제하는 체계가 자연스러워지는 환경입니다.
이용자들끼리 자율적인 제안과 투표를 진행하는 탈중앙화의 형태로 플랫폼을 공정하게 운영하는 모습도 웹3.0 시대에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용자들이 직접 플랫폼 운영 방식을 제안하고, 투표를 통해 플랫폼을 운영하는 형태인데요. 이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자율 조직을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라고 합니다. DAO는 블록체인의 특징인 탈중앙화와 투명성을 활용한 모델이에요. 기여도에 따라 거버넌스 토큰을 받고, 보유분에 따라 투표권을 갖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수평적 구조랍니다. 웹3.0을 이끄는 핵심 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이 손꼽히는 이유, 이제 아시겠죠?
웹3.0 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가 크립토 네이티브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블록체인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사용하기 쉬워 진입장벽이 낮은 블록체인 기반의 앱이 등장하여 모두가 공정하고도 깨끗한 환경에서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