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혼자만의 감정이지만, 연애는 소통입니다. 장소를 기반으로 쉽게 썼지만, IT와 문화에 대한 지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라는 불친절한 연애의 지리학입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가 했는데, 어느 새 입동이 지났다고 한다. 어느덧 마지막 포스팅을 맞이하는 <불친절한 연애의 지리학>처럼, 대부분의 사랑에도 끝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준비한 마지막 주제는 이별, 그리고 홀로 다니는 것이다.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Van_Maanen's_star>
즐거운 연애에 대해서는 많은 글과 책, 심지어는 TV에서도 다룬다. 그런데 이별에 대해서 다루는 것은 쉽게 찾을 수가 없다. 주중 연속극에 나오는 막장 캐릭터와 같은 이별은 상대에게나 나에게나 모두 상처만이 남는다. 비록 헤어지게 되더라도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도록 하는 것이 그 동안 행복한 시간을 같이 보낸 상대방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 더 이상 수 많은 인파의 강남이나 지하철역에서 이별하지 말자. 조금은 더 세련된 장소에서 앙금을 풀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이번 포스팅이다.
물론, 덤으로 이별 후에 가기 좋은, 홀로 가기 좋은 곳이기도 하니 모두들 시선집중!
일자산 허브 천문 공원
약간은 생소할 수 있는 장소인 일자산 허브 공원을 추천 장소로 뽑은 것은 주제와의 연관성 때문이다. 사람에게 장소는 위치만이 아니라, 기억으로도 남는다. 그런데 만약 내가 자주 가는 곳에서 이별의 기억이 있다면? 지날 때마다 기억이 나고 그 날 밤 이불킥을 할지 모른다. 집 앞도 아니고, 처음이어도 마음을 편하게 해줄 만한 곳으로 일자산 허브 천문 공원을 추천한다.
일자산 허브 천문 공원은 각종 허브와 천문을 테마로 만들어진 작은 공원이다. 5호선 강동역이나 길동역에서 내리면 찾아갈 수 있는데, 아무래도 교통이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허브가 주는 기운을 느끼며 그저 조용히 걷고, 서로의 마음을 진정시킨 상태로 그 동안의 사이를 정리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서로 고성이 오가는 이별보다는, 차분하게 서로에게 서운함과 감사함을 표시하며 조용히 정리하는 이별을 준비해보자. 온실에서의 허브 향기와 공원의 꽃들이 마음을 안정시켜줄 것이다.
게다가 이 앞에는 길동 생태 공원이 있어서 혼자 오는 경우에도 흥미로운 장소가 될 수 있다. 서울 도심에서 뱀이나 너구리, 각종 철새까지도 볼 수 있는 장소이니 매력도가 더 높아진다. 게다가 사람이 적을수록 더 동물을 잘 관찰할 수 있고, 조용히 즐기는 곳이니 혼자이더라도 부담 갖지 말고 가보자.
석촌호수
석촌호수는 최근에 러버덕이나 싱크홀로 유명세를 탄 곳이다. 고무 오리가 없어졌더라도, 벚꽃이 없더라도, 석촌호수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2호선과 8호선이 모두 있는 잠실역이라는 우수한 접근성이나 최근 개장한 롯데월드 몰과 같은 장소들을 생각해보면 석촌호수 근처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잠실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도 다뤘지만, 석촌호수가 예전에는 한강의 본류였다는 사실도 생각해본다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특히나 석촌호수는 인근 주민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석촌호수의 동호와 서호를 한 바퀴 돌면, 그늘과 햇빛이 자연스럽게 조화되는 장소라는 것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호수 근처의 브런치 카페가 적막한 분위기의 쉼표 역할을 해주고, 롯데월드 방면에서는 사람들의 환호성이 생기를 더 한다. 가끔은 롯데월드에 직접 가기보다도, 그곳을 구경하며 기억을 곱씹고 서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혼자라면…열심히 파워 워킹!!! 은 장난이고, 조용히 의자에 앉아있거나 산책을 해보자. 걷는 것은 뇌를 활성화 시켜주고, 고민을 많이 해결해주는 행동이다.
덕수궁 돌담길
이별, 길 이라는 두 단어를 모두 지니는 장소 중에 덕수궁 돌담길보다 먼저 생각나는 곳이 있을까? 덕수궁 돌담길을 연인이 걸으면 헤어지게 된다는 속설 때문에 특히나 유명하다. 이는 예전에 서울시립미술관 지점에 서울 가정법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설이 있다. 기원이야 중요하지 않지만, 연인에게 이별을 말하기 전에 눈치를 챌 수 있도록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서로가 끝을 느끼는 시점에 덕수궁 돌담길을 가자고 상대방에게 넌지시 제안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일 수 있다. 상대방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덕수궁 돌담길은 단지 사연만 있는 장소들은 아니다. 헤어진 연인들만의 장소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근현대 건축과 역사가 남아있는 장소이다. 덕수궁 석조전 같은 교과서에 나오는 장소만이 유명한 것이 아니다. 이문세 씨의 광화문 연가의 장소가 바로 이 곳이다.
“이제 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하였지만
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향긋한 오월의 꽃향기가 가슴 깊이 그리워지면
눈 내린 광화문네거리 이곳에
이렇게 다시 찾아와요”
–광화문 연가 중
정동 교회부터 광화문까지 많은 장소를 느낄 수 있는 장소. 특히나 시청역에서 내리기 때문에 시청역에서 구경을 하고, 청계전, 광화문, 경복궁, 서촌까지의 넓은 곳을 한 번 가보자.
백색왜성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Van_Maanen's_star>
사랑이라는 것도 별의 생몰처럼 생겨나면 없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한 때에 자신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소중한 사람이었던 사람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싶지 않을까 싶다. 장소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위의 장소들이라면 조금 더 부드럽고, 좋은 기억이 되도록 정리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로에 대한 오해와 앙금을 푸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특히나 아직 혼자이신 분들에게는 조용히 스스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할 것이다. 자신을 알지 못하고, 사랑하지 않는다면 타인에게도 진심을 다하기 어려우니, 조금 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
이번 글로 <불친절한 연애의 지리학>은 마무리하려 한다. 썸에서부터 연애, 이별까지의 과정을 다루려 했고, 솔직하고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자 한 의도가 잘 전해졌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글을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이만 마무리하려 한다. 모두들 좋은 날들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