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혼자만의 감정이지만, 연애는 소통입니다. 장소를 기반으로 쉽게 썼지만, IT와 문화에 대한 지식까지 가져갈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라는 불친절한 연애의 지리학입니다.
지난 화에서 썸을 탔다면(http://blog.lginnotek.com/390), 이번에는 9월의 풋풋한 데이트 코스를 마련해보았다. 9월은 9일에 구구데이도 있어서 치킨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그런 행복한 달이다. 하지만 불청객이 존재한다. 바로 늦더위와 태풍이다. 지난 여름에 계곡으로 향하지 못 해서 못내 아쉬운 사람이나, 휘몰아치는 태풍을 보며 연인과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이번 글에 주목하기 바란다.
정선이라는 화가의 이 그림을 아는가? 진경산수화로 유명한 정선의 수성동이라는 그림이다. 마치 무릉도원 같은 이 장소! 서울의 중심부에 있는 숨겨진 계곡이다. 지나간 여름에 야속하게도 계곡에 발을 담가보지 못했다면 이 무릉도원에 가보는 것이 어떨까? 특히 둘만의 서울 속 계곡이라는 점과 주변의 서촌 및 통인시장 등의 볼거리로 심심할 틈이 없는 데이트가 될 것이다.
수성동 계곡은 경복궁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가면 09번 마을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다. 게다가 헷갈릴 일도 없이 종점에서 내리면 되니 얼마나 쉬운가? 수성동 계곡에 가는 길까지 아기자기한 카페와 골목이 있어서 신기한데, 이는 돌아가는 길에 들르도록 하자.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기 때문에 구경하며 즐겁게 경복궁역으로 갈 수 있다.
수성동 계곡을 도착하면 위와 같이 신기한 풍경이 맞이할 것이다. 정선의 그림과는 다르지만, 여유로운 분위기의 계곡이 반겨줄 것이다. 양산을 펼쳐서 쓰고 올라가면 곧 계곡물이 흐르는 곳이 나타난다. 계곡이라고 하기에는 어색하지만, 둘이 물에 발을 담그고 있기에 딱 좋다. 크지는 않지만, 둘만의 계곡이라는 점에서 운치 있고 비밀스럽지 않은가?
수성동 계곡을 내려오는 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공방들이 있다. 예술가들이 모여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데, 평소에 자주 가던 별다방이나 천사네 외에 이런 공방을 들러보고, 개인 카페에 들러 얘기를 나눈다면 분위기가 색다를 것이다.
카페와 공방을 지나 통인시장과 서촌, 경복궁역 근처의 전통 맛집 골목들도 많다. 이 곳들은 자세히 다룬 글이 많다는 점에서, 검색을 직접 해보길 바란다. 이제 선조들의 피서지에서 현대의 피서와 태풍 속 데이트장인 롯데월드에 대한 소개로 나아가볼까 한다.
롯데월드는 서울의 동남쪽인 잠실역에 있다. 이 곳을 왜 9월에 추천할까? 태풍이 온다면 많은 놀이기구도 타지 못한다는 의문점이 들 것 같다. 하지만 롯데월드를 얕보지 마시라, 이번 글에서는 놀이공원을 제외한 잠실역의 롯데월드를 소개하려 한다. 물론 입장료는 무료이다.
많은 이들이 놀이공원 때문에 간과하지만, 롯데월드에는 굉장히 다양한 시설이 있다. 그래서 날씨가 어떤지에 관계 없이 재미있는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트레비 분수, 극장, 토이저러스에 주목할 예정이다.
우선 잠실역에 내려 3번 출구로 나가면 넓은 광장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시원한 분수가 있는데 여기가 트레비 분수이다. 로마에 있는 명소인 트레비 분수를 여기서 즐길 수 있다! 시원한 물소리도 듣고 소원을 빌고 동전을 던지며 데이트를 시작해보자. 트레비 분수를 지나 롯데월드 방향으로 가면 많은 카페와 음식점이 있으니 적절히 고르길 바란다.
많은 이들이 놓치는 롯데월드의 요소 가운데 하나가 극장이다. 뮤지컬 극장도 있고 영화 극장도 있다. 다른 곳에서도 즐길 수 있지만, 샤롯데 시어터에서 개봉 중인 위키드나 마리 앙투아네트는 다른 곳에서 즐길 수 없으니 한 번 체크해보길 바란다. 특히 대학로에서의 공연은 날씨가 궂을 경우 다른 곳도 즐기기가 쉽지 않지만, 롯데월드는 그럴 걱정이 전혀 없다는 점에 주목하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롯데월드에 숨겨진 최고의 보석은 이곳, 토이저러스이다. 토이저러스를 단순한 장난감 가게로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어릴 적에 갖고 놀던 장난감부터 최신 장난감까지, 다양한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장난감을 구경하다 보면, 서로의 어린 시절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각자의 추억에 대한 얘기도 나오기 마련이다. 어린 시기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지 못한 커플이 대다수인 만큼, 여기서 서로의 추억을 나눈다면 신선하면서도 연애 초기에 서로를 아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예상 외로 신기하고 귀여운 장난감이 많으니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태풍 속에서의 롯데월드를 소개했지만,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추가적으로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잠시 잠실의 역사를 보고 가자. 잠실은 원래 섬이었다. 아래의 지도에 나타나듯이, 한강이 두 개의 지류로 잠시 나누어져서 잠실을 감싸고 갔는데, 본류가 바뀌고 매립이 이루어지면서 현대의 잠실이 생겨났다. 우스갯소리로 그 당시 쓰고 남은 연탄재로 메운 땅이 잠실이라고도 한다. 이 공간에는 옛 강의 흔적이 남았는데, 이것이 석촌호수이다. 햇볕이 너무 뜨겁지도 않은, 9월이라면 석촌호수를 산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 가지 더 적자면, 9월에는 제 2 롯데월드(롯데월드 타워)의 저층부가 개장을 계획하고 있다. 개장의 정확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제 2 롯데월드를 초기에 방문하는 것 또한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예전에 강이 흘렀던 자리에 제 2 롯데월드라는 초고층 건물이 세워지고, 누에를 키우던 곳이라는 뜻의 잠실에 놀이공원이 생긴 것을 생각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이런 소소한 얘깃거리를 가져가서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잠실의 매력이다. 뉴스에 자주 등장한 싱크홀(동공)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면 즐거움이 배가 될 것이다.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교양을 여기서도 보여주길 바란다.
이제 글을 마치며, 수성동 계곡과 롯데월드 모두 재미있는 공간이며 품고 있는 얘기가 많은 곳이다. 그렇기에 사귀는 초기에 가서 자연스럽게 얘기를 꺼내기에 용이하기도 하고, 9월의 늦은 피서 혹은 태풍 속에서라는 컨셉에 맞기에 골라보았다. 다음에는 데이트 코스가 일정하게 정해진 오래된 커플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건전한 도박에 대한 데이트를 소개하려 한다. 10월, 모두가 가는 평범한 축제 대신 피가 끓어오르는 게임의 장에서 심박수를 높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