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유행했던 숫자송의 ‘60억 지구’라는 노랫말이 무색하게 세계 인구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1년에는 70억명을, 지난해에는 80억명을 돌파했죠. 90억명을 넘어서는 시점은 2037년일 것이라고 UN은 예측했습니다. 인구는 이렇게 계속 늘어나고 있는 반면, 지구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그마저 기후변화와 국가간 갈등으로 더욱 빠르게 고갈되고 있습니다. 필수 자원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지구를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인류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한 시점입니다.
인간의 필수 생존 조건 중 하나인 물과 식량은 언제까지고 유한하기만 할까요? 주된 에너지원인 화석연료가 고갈되는 날까지는 얼마나 남았을까요? 자원은 갈수록 부족해지고,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에 지구의 거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머지않아 ‘100억 지구’가 될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혁신기술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못 마시면 마시게 하라! 물 부족을 해소하는 기술
현재 마실 수 있는 담수의 비율은 전체 물의 3%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 때문에 물을 제대로 수급받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죠. 우리나라의 상황만 놓고 봐도 전남 일부 섬 지역이 고질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요.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20년 넘게 가뭄이 이어지며 1200년 만에 벌어진 최악의 가뭄 사태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인간은 보통 3일 동안 물을 마시지 못하면 치명적인 상태에 이릅니다. 그만큼 충분한 양의 물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바다에서 담수를 얻을 수 있는 해수 담수화 기술입니다. 바닷물을 그대로 마신다면 체내보다 더욱 높은 농도의 물이 탈수 증상을 일으켜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기에 담수화 기술은 꼭 필요해요. 비교적 보편화된 해수 담수화 기술인 역삼투압과 증발법은 높은 압력과 온도에서만 구동된다는 단점이 있고요. 막 또는 증기압을 이용한 막증류법은 낮은 기압ㆍ온도에서도 담수를 생산할 수 있지만 규모가 클수록 많은 양의 열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죠. 최근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친환경 해수 담수화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얼마나 효율적인지 한번 살펴볼까요?
하이브리드 담수화는 막증류 과정에서 열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기술이에요. 막증류법은 원수와 처리수에 각각 온도차를 두어 발생하는 증기압으로 담수를 생산하는 방식인데요. 열에너지의 소비를 줄이는 것이 상용화를 결정짓는 중요한 관건이었습니다. 기존에는 냉매가 전달하는 열을 이용하여 저온의 열원을 고온으로, 고온의 열원을 저온으로 전달하는 냉난방장치인 수열 히트펌프만 사용하는데요. 한국과학기술원(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송경근 박사 연구팀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담수화 모듈은 태양열 에너지를 추가적인 열원으로 활용합니다.
실험 결과, 수열 히트펌프만 사용할 때보다 태양열 에너지를 추가 열원으로 사용할 때 공정 효율을 17.5% 향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생산량도 9.6% 늘릴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해요.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에너지 사용량도 30%나 절감할 수 있고요. 적은 에너지로 더 많은 양의 담수를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 만큼, 바닷물에서 얻은 담수를 식수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날이 곧 다가오겠죠?
태양의 힘을 빌려 담수를 얻는 신기술은 또 있습니다. 태양광 해수 담수화 소재는 이름처럼 태양광 외에 추가적인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화학물리학과 김성균 교수팀이 개발한 이 소재는 해초의 일종인 한천과 나무의 섬유소를 나노미터로 쪼갠 나노셀룰로오스를 사용하여 만들었어요. 자연 유래 소재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자연 분해가 되는 것은 물론 가격과 성능 면에서도 우수하다고 해요. 물 흡수에 탁월한 한천이 소재 내부로 물을 잘 전달해주면서도 염을 능동적으로 배출해준답니다. 만드는 과정도 단순하고, 소형으로도 제작할 수 있어 어디든 담수화 설비를 구현할 수 있죠. 하루 빨리 담수화 기술들이 활발하게 상용화되어, 2030년에 전 세계적으로 물 공급이 40% 부족해진다는 UN의 예상이 들어맞지 않게 된다면 좋겠네요.
식량, 없으면 만들자! 식량 부족을 해소하는 기술
화폐가 통용되기 이전에는 쌀이 곧 월급이자 재산이었습니다. ‘먹고살다’라는 단어가 ‘생계를 유지하다’라는 뜻을 갖게 된 것도 그만큼 식량이 인류에게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의미하죠. 당연하게도, 인류는 식량으로 섭취한 에너지를 근원으로 생활을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쟁과 가뭄으로 식량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추세예요. 2050년에는 식량 가격이 두 배로 뛸 전망이며, 더욱 먼 미래에는 돈이 있어도 식량이 부족해서 구입할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고 하는데요. 부족한 식량은 어떤 기술로 채울 수 있을까요?
콩으로 고기와 비슷한 식감과 맛을 구현해내어 콩고기라고도 불리는 식물성 대체육은 현재 시중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어요. 나아가 배양액 안에서 줄기세포를 키워 고기를 만드는 배양육은 실제 축산물과 영앙성분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상용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축을 사육하여 고기를 얻는 기존 육류 생산 방식보다 들이는 에너지 대비 생산 효율이 가장 뛰어난 데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해요.
그밖에도 전투식량 푸디니(Foodini)는 개인에게 필요한 영양 정보를 3D프린터에 보내는 기술을 활용했고요. 성인 기준 하루치 영양소를 물에 타서 셰이크 형태로 섭취할 수 있는 소일렌트(Soylent)도 있습니다. 물ㆍ공기ㆍ미네랄과 같은 천연 자원에서 성분을 얻어 단백질을 만드는 에어프로틴(Air Protein)과 솔레인(Solein) 등도 혁신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어요.
식량난 해소의 희망으로 스마트팜을 꼽지 않을 수 없겠죠? IT기술을 농사 과정 전반에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력을 줄이는 스마트팜은 최근 농업(Agriculture)과 디지털 기술(Digital Technology)의 합성어인 애그테크(Agtech)의 이름으로 불리며 다양한 형태의 IT솔루션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IoT로 작물마다 최적의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고, 빅데이터를 통해 수확 시기를 예측하거나 효과적인 경작 방법을 모색할 수 있고요. 드론이 날아다니며 비료나 농약을 뿌리거나 해충을 포착하는 것은 물론, 로봇팔이 농장의 잡초를 제거하기도 해요. 식량난을 이겨내기 위한 기업들이 우리의 식탁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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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이제는 주축이 되어야 할 때!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는 기술
화석연료의 고갈은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이에 효과적인 대체에너지 수단을 찾기 위한 노력이 세계적으로 이어지고 있죠. 재생에너지는 고갈될 염려가 없고 친환경적이라는 이점이 있지만, 날씨나 시간대에 따라 수급량이 달라 화석연료에 비해 품질 유지가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전력난으로 인해 작년을 기점으로 화석연료의 생산과 소비가 급증하고 있고요.
화석연료는 연소되는 과정에서 이산화황ㆍ일산화탄소ㆍ질소산화물 등의 오염물질이 발생합니다. 이는 대기오염의 주범이 되어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화하죠. 화석연료 고갈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대기오염을 막기 위해서도 재생에너지 기술의 개발은 필요합니다.
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수급을 해결해줄 획기적인 수단은 ESS(에너지 저장 장치)예요. 에너지를 저장해뒀다가 필요한 때에 전력으로 사용하여 24시간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시대의 필수적인 인프라로 손꼽히고 있죠. ESS는 전기가 부족하거나 남을 때 주파수가 규정된 수치에 맞게 출력을 조정하는 역할도 할 수 있기에 더욱 정확하고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가능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의 효율적인 운영을 돕기도 해요. ESS 도입 이전에는 수요를 예측하여 공급량을 조절해도 남은 전기는 버려졌지만, ESS가 있다면 전기를 저장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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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로 담수에 이어 에너지까지 얻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바닷물에는 핵융합발전의 주 원료가 되는 중수소와 리튬이 있어요. 바닷물에서 얻은 적은 양의 자원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꿈의 기술이 바로 핵융합발전이죠.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기술을 지구에서 재현하기에 인공태양이라고도 해요. 별이 빛나는 이유도 핵융합 과정에서 핵에너지가 발생하기 때문인데요. 먼 우주에 떨어져 있는 별이 지구에서도 보일 정도의 위력이라면, 핵융합발전은 얼마나 방대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걸까요?
핵융합이란 가벼운 핵들이 결합하여 무거운 핵이 되는 개념이에요. 양성자 1개ㆍ중성자 1개로 이루어진 중수소와 양성자1개ㆍ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삼중수소가 충돌하면 헬륨과 중성자가 생성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이 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이 바로 핵융합을 설명하는 이론이죠. 기존의 화석연료와 비교해보면, 바닷물 1L로 석유 300L 분량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고요. 300만 톤의 석탄 분량의 에너지와 100kg의 수소로 얻는 에너지의 양이 같아요. 환경오염 물질이 적게 배출된다는 점에서도 개발할 가치가 충분합니다. 핵융합 발전으로 생기는 방사성 폐기물은 핵분열에 비해 아주 적고, 일부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은 질량이 절반으로 줄어들기까지 걸리는 기간인 반감기가 수십 년 정도로 짧기 때문이죠.
핵융합발전이 상용화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기본적으로 양(+)전하를 띠는 원자핵들은 전기적인 척력에 의해 서로를 밀어냅니다. 이들을 충돌하게 만들려면 1억℃ 이상의 초고온 상태가 되어야 하죠. 핵융합에 사용하는 레이저 장비가 아직은 비싸고 비효율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미국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서 핵융합의 점화에 성공하여 1.1MJ(메가줄)의 에너지를 획득했고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과 서울대 연구팀이 개발 중인 한국형 인공태양 KSTAR는 초고온 플라스마의 온도를 30초간 1억℃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상용화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이 개발된다면 인공태양이 각국에 떠있는 날이 올 수도 있겠죠?
바닷물에서 식수와 에너지를 얻고, 공기 중에서 단백질을 얻는 것은 상상조차 못한 일입니다. 발전을 거듭하는 혁신기술은 현존하는 모든 불가능에 도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현재도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사람을 구하는 혁신기술들이 사람에게 안전과 위안을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환경보전을 돕는 개개인의 변화가 이어진다면 더욱 살기 좋은 지구가 되지 않을까요? 모든 인류가 함께 거주 가능한 지구를 가꾸어 나가는 이상적인 모습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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